안녕하세요. 박교식 변호사입니다.
본 변호사는 초등교원으로 근무하였고, 교육부 근무경력이 있으며,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학교폭력 분야 내지 교육분야와 관련하여 다양한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동학대 관련 교실 비밀녹음 증거 채택 유무 판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공개된 사례 중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처분이유 및 결과에 대해 간략히 기재하였습니다. 실제 문제의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 관계 법령 또는 지침의 내용 및 변경 사항 등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바 이를 유의하여 참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해아동의 담임교사로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의 신고의무자인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저쪽에서 학교 다닌 거 맞아, 1, 2학년 다녔어,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라는 말을 하는 등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피고인이 한 발언을 녹음한 녹음파일, 녹취록 등(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이라고 한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아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가. 피고인은 30명 정도 상당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발언하였고,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나. 피해아동의 부모와 피해아동은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습니다.
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서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었으며, 피고인이 저지른 아동학대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중대하여 그에 관한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이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합니다.
2. 판단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14조 제2항 및 제4조는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위 법리에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1)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합니다.
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시간 중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며, 수업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 학생이 아닌 제3자가 별다른 절차 없이 참석하여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이 교실 내 학생들이 아닌 제3자에 대한 공개를 의도하거나 감수하고 발언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습니다.
나)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2)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합니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아동의 연령,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친권자, 법정대리인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부모는 피해아동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3) 결국,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 및 대화의 비밀 보호, 통신 및 대화의 자유 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이유로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습니다.
‣ 변호사 약력
- 교동초교 교사
-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근무
- 교육부 감사관실 근무
- 징계위원회(대학, 공공기관 등) 및 감찰처분심의위원회 외부위원
- 사례로 보는 교원, 공무원 징계(기타불이익, 재임용 거부) 및 소청심사 저자